스물세가지 색깔의 무지개
햇빛은 광명이며 생명의 에너지입니다. 또한 햇빛은 흰색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들이 다 들어있으며, 파장이 다른 이들 가시광선이 반사되면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음을 상기해 보았습니다. 인솔교사가 햇빛으로 그리고 23명의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각자의 무지개 빛깔로, 비록 미숙하고 철없는 행동들로 인해 불편함이 크다 할지라도 마음껏 그들의 나래를 펼쳐보는 꿈의 향연이 되기를 소망하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꾸벅^.^)
이번 캠프는 직원자녀들로 구성된 “영어체험캠프(Experience English Summer Camp 2006)”로 초등학교 학생 23명과 인솔교사 2명이 미국 현지기관(English for Life Academy)의 협력에 힘입어 소중한 체험을 간직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21일 이른 새벽, 병원 로비에 모여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하여 8월 9일 도착하기까지 20일간의 일정은 그리 짧지 않은 일정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사전 교육이 있었지만 여행은 늘 돌발 상황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항상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는 등 문제 판단과 결정, 환경 적응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생전 처음으로 외국인 가정에서 생활하는 체험학습 과정은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언어, 의식주 등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심하게 겪기도 하였습니다.
도착 첫날부터 집에 돌아가고프다 하면서 밤새 서글피 울며 보채기도 하였고, 넘어져 이가 깨지기도, 안경알이 깨지기도, 미국음식이 싫다고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 등 적응하는데 다소 어수선하기만 하였습니다.
또한 2주간의 의사소통 훈련과정(communication practice)중에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 힘들어하면서 요령껏(?) 상황을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지혜로운 양면성을 바라보며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이번 캠프의 중요성을 논하며 우리의 영어교육의 단면에 동의하기도 하였습니다.
"주입식ㆍ암기식 일방향 수업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는 양방향 수업이 필요하며, 말하고, 듣고, 쓰고, 읽을 수 있는 실용영어 교육을 해야하는데도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주입식 수업을 하다 보니까 (영어 대화를 해야할 때)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 캠프는 어려서부터 풍부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키워주는 훌륭한 훈련의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 처음으로 함께 모여 팀을 이루었고 그런 팀원들과의 조화를 평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소중함과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고 있는지 피부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투평한 그리고 순수함을 간직한 23명의 천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귀국일정 중에는 본의 아니게 일본에서 1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TV에 나온 이런 광고를 보며 이번 캠프에 대한 소중한 체험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걸 그려 보세요" 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동물이나 만화 주인공을 그리기 시작하죠. 그런데 한 아이가 흰 도화지를 전부 검게 색칠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상에 앉아 며칠이고 여러 장의 흰 도화지를 모두 검게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질문에도 대꾸하지 않고 검은 색을 칠하던 아이는 어느 날 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병원에 옮겨진 후에도 계속 그 일을 반복합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그 아이의 책상에서 우연히 퍼즐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를 지켜보던 간호사도 검정 도화지가 퍼즐 조각 같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검게 칠한 도화지를 모두 모아 맞춰보니 커다란 검정 고래였습니다.
아이의 잠재력은 어른의 상상력에서 시작된다는 이 일본의 공익 광고는 주변 어른의 관심과 열린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바로 보여주었습니다.
창의력은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키울 수도 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습보다 중요한 것은 어른의 열린 마음, 아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너무 먼 지역을 짧은 일정에 소화해야 했으며, 부모들이 부담하기에 적지 않은 비용 등 필요한 충분조건들이 준비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첫 발자국을 내딛었습니다. 부모님들의 열린 생각이 있었기에 그 속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녀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2006년 여름의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