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사업

통합을 향한 또 다른 시도

Diakonia 2007. 9. 13. 16:24
통계청이 발표한 "200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00년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한 이후 2006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9.5%로서 고령화가 계속 심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사회(Aged Society)를 준비해야 하는 기이(奇異)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펼쳐지고 있으며 또한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 그리고 여성의 사회진출 등 급속한 가족체계의 변화로 인해 만성ㆍ노인성 질환에 따른 중풍(中風)ㆍ치매(癡呆) 어르신들이 가정 내에서 수발과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부각되어 국민적 연대감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되었습니다.


이렇듯 중증과 치매 등 노인성질환 때문에 우리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특별히 보호자나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의 보호와 수발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자활지원센터’의 지원으로‘무료간병 파견사업’ 이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00여명이 넘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하루 60여명의 ‘유료간병인’들이 각 병동에서 가족을 대신하여 수발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수발의 사회화 현상(socialization of long-term care)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 병원 역시, 지난해부터 전문요양병원 설립 및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용자 중심의 보건의료와 복지영역간의 기능별 연계(linkage) 및 통합(integration) 운영체계를 통해 핵가족화에 따른 부양부담 경감이란 경쟁력 있는 서비스 구조를 갖추기 위함입니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만성 장기요양 및 노인성질환 환자의 재활과 수발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적합한 치료환경이 제공되지 못하여 고통 받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에게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감소시키며, 궁극적으로는 보호자들의 부양부담을 덜어주어 환자의 치료와 함께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데 일익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9-11일까지, 병원장을 포함하여 관련 부서장(신경과, 간호부, 의료사회사업실, 한방) 4명이 일본의 보건의료 및 복지현장을 탐방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사회ㆍ문화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이미 노인인구 20%가 넘는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로서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질병, 재활치료 그리고 수발의 사회문제를 지난 30여 년 동안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제도개선을 통해 독특한 ‘개호보험’제도를 시행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고령화 사회 속에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호체계(long-term care insurance system)”에 적합한 의료보건 및 복지의 전달체계를 구축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고령자 수발보호체계를 과연 어떻게 준비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적합한 새로운 기준(Bench Marking)을 찾아보기 위해 후쿠오카 도심으로부터 자동차로 1시간가량 달려야 도착하는 후쿠오카(福岡)현 부우군(浮羽郡) 다슈마루(田主丸町)지역을 찾았습니다. 전형적인 도농 복합도시에서‘보건의료 및 복지 복합체’의 새로운 도전과 역사가 기록되고 있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일본의 개호보험은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질환의 치료와 재활 그리고 가족의 수발문제를 심도있게 정착시키고 있었지만, 하지만 후기고령 어르신들은 여전히 남은 여생에 대한 공포가 드리워져 있기도 하였습니다. 파란(波瀾)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국가를 지탱하고 발전시켜온 단까이(前後)세대 어버이들은 그 파란만큼이나 많은 각종 질환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어르신들이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 등 성인질환을 앓고 있으며 치매ㆍ중풍 등의 중증 질환에 따른 미비한 대책에 노출되어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질병 그 자체 보다는 질병으로 인하여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죄 아닌 죄’가 더 큰 공포로 다가오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맞벌이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고달픈 서민들의 살림에서 어르신들의 장기질환이나 거동장애는 가족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특정 이웃들의 이야기 거리가 아닌 우리내의 현실이며 당장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수발의 사회는 현대사회에 닥친 고통이기에 우리의 책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하였던 다슈마루 병원과 산라이프 성봉 이사장인 오니츠카 슈니치(鬼塚俊一) 원장은 “노인의 보건시설은 병원과 복지 그리고 가정의 기능을 종합하게 되는 시스템으로 봤을 때 그에 걸맞는 기능분화가 필요하며, 이는 제도나 정책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아직은 절절히 공감할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런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파편화 된 각종 서비스와 미흡한 전달체계는 비용의 효율성을 재론하지 않더라도 이용자들과 가족들에게 대항할 수 없는 아픔으로 잠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영역을 뛰어 넘어 의료와 복지의 제휴 또는 통합이야말로 어설픈 어떤 이론보다 밀접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종합병원과 요양 및 한방병원 등 동일한 공간에서 이용자 중심의 연계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입원일수의 단축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됨은 ‘경험에 의한 양심의 소리’로 다가오면서 우리가 펼치고자 기도하는 전인적(wholistic care) 협력활동이 새로운 도전적 모델로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